영의세계 영성은사/† 영성-용어이해

편향

초록 등불 2011. 7. 24. 00:21

우리는 간혹 어떤 사람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 사람이 도대체 무슨 내용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야기는 장황하게 하는데 그 중심 내용이 도무지 무엇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럽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기를 피하고 무척 추상적으로 표현하며 요점은 회피하거나 대충 얼버무리는 식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말하면서 상대방을 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사선(斜線)을 취하며, 눈이 마주치면 웃어버립니다. 이런 행위를 심리학에서 ‘편향’(deflection)이라고 표현합니다.

편향을 사용하는 사람은 자신에게 미칠 어떤 부담이나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거나 두려워하여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피하고 초점을 흐려 상대방으로 하여금 판단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환경으로부터 고립되는 것을 바라며, 사람들과 어울리거나 책임질 만한 행동을 하는 것을 무척 꺼려합니다. 그래서 흔히 ‘나는 사는 것이 별로 재미가 없다’는 말을 자주하게 됩니다. 이런 행동은 흔히 지식인들에게서 나타납니다. 말하는 사람 뿐만 아니라 듣는 사람에게도 편향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말하는 사람은 자신의 의도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말을 빙빙 둘러서 하며, 대화 상대방의 눈과 마주치는 것을 피해서 허공을 응시하면서 말하거나 또는 직접 상대방에게 말하기 보다는 간접적인 개념적 묘사만 함으로써 편향하게 됩니다.

듣는 사람에게 편향이 생기면 말하는 사람의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고 눈길을 피하거나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고 있다가 다시 질문하는 행동을 합니다. 그리고 질문하고도 제대로 들으려고 하지 않고 딴전을 피우므로 말하는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매우 냉철한 사람처럼 비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어떤 회사원은 회사 일에 대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이야기하면서 전혀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차분한 음성으로 남의 말을 하는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상사의 비인격적인 이야기를 하면서도 전혀 동요되거나 흥분하지 않고 감정의 톤을 흐트러뜨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다른 사람의 이야기인지 쉽게 판단이 되지 않습니다.

대화 중에 ‘지금 누구 이야기입니까?’라고 다시 되묻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모호합니다. 그런 질문을 받은 그 사람은 그저 씨익 웃으면서 다시 이야기를 합니다. 그 사람은 줄곧 간접화법으로 상황을 설명합니다. 우리말은 주로 직접화법을 사용하지만 일본인들은 간접화법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라고 하는’(...という) 식의 표현이 많습니다. 8~90년대에 운동권 학생들이 주로 ‘...되어 진다라고 하는’ 식의 표현들을 즐겨 사용했지요. 일본인들이 흔히 사용하는 이런 ‘수동태 간접화법’을 사용하는 것은 자신의 책임을 모호하게 함으로써 편향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의식이 배경에 있는 것입니다.

이런 편향은 소심한 지식인들에게 많이 나타나며, 환경과 상호작용을 하는 경우 또는 부담스런 상대와 대화하게 되는 경우 말하는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직접 표현하지 않고 간접화법을 사용하거나 둘러댐으로써 수동적인 작위로 위장하게 됩니다. 행동의 주체가 자신이 아니라 외부의 힘이며, 그로 말미암아 자신은 수동적으로 그런 행위를 한 것일 뿐이라는 의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행위의 책임을 제 삼자에게 돌리는 것입니다. ‘되어진다 라는’ 식으로 표현하여 간접적 개념으로 설명함으로써 편향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일본인들은 오랜 세월동안 지배를 받은 무사 사회에서 생존을 위해서 직접화법 대신에 간접화법을 사용함으로써 책임 소재를 모호하게 하여 위험 부담을 피하려고 했고 듣는 사람 쪽에서도 역시 부담이 되는 이야기를 직접 듣는 것보다는 간접적으로 우회적으로 돌려서 서로 묵계적으로 알아서 행동하는 태도를 취하였습니다. 이런 표현은 뒤에 설명하겠지만 ‘알아차림’이나 ‘접촉’을 차단해서 반전을 이루려는 태도에 기인하는 것입니다.

클라크손(Petruska Clarkson)은 그의 책 『Gestalt Counselling in Action』에서 ‘알아차림과 접촉을 차단하는 것은 애정결핍이나 성폭행이나 타인으로부터 버림 받았던 것과 같은 과거의 고통스런 충격 경험들을 극복하기 위한 의미 있는 자구책이었으며, 이 행동이 처음 발생할 당시로서는 효과적이었지만 현재로서는 더 이상 현실에 근거하지 않기 때문에 부정적인 행동’이라고 정의합니다. 편향은 개인이 불안, 죄책, 갈등, 긴장 등 여러 가지 부정적 심리상태를 피하려고 스스로 선택해서 사용하는 적응 기제의 하나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시위가 심했던 시절에 소위 운동권 학생들이라고 하는 젊은이들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표현 형식인 간접화법은 자신에게 주어질지도 모르는 책임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서 편향이 일어나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그와 같은 일본식 언어적 표현을 사용했던 것입니다.

편향은 불안으로 인해서 생기는 것인데, 불안에 대해서 퍼얼스(Frederick Perls)는 『Gestalt Therapy, Excitement and Growth in the Human Personality』에서 ‘행동으로 옮겨질 수 없는 흥분이나 억제된 흥분 에너지’라고 말했습니다. 개인이 어떤 행동을 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을 때 흥분 에너지가 만들어지지만 그 순간 그런 감정을 행동으로 옮겼을 때 생기는 좌절상황을 예상해서 마음을 가다듬어 흥분을 억제하게 되는데 이때 느끼는 감정 상태를 불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만일 개인이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현실에 충분히 몰입할 수 있다면 흥분은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옮겨질 수 있으며, 불안은 체험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미래에 대한 가정이 더 깊어질수록 불안은 심해집니다. 미래를 예측하고 그에 따라서 생긴 흥분을 에너지로 발산하지 못하고 가두어둠으로써 불안이 생기는 것입니다. 미래에 대한 예측에 관심을 두기 보다는 현재의 상황을 직시해서 지금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지를 분명히 할 수 있을 때 불안은 사라질 것입니다. 자신이 한 말에 대해서 책임감을 가지기를 두려워하는 것은 그것으로 말미암아 미래에 생길지 모르는 어떤 결과에 대해서 대처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지금 현재 말을 얼버무리거나 초점을 흐리게 하여 책임을 피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두려움은 흥분이라는 감정의 결과로 보는 이들은 흥분하는 것을 피하려고 합니다. 흥분이 없으면 불안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지식인들은 좀처럼 흥분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런 까닭에 삶의 설렘이 사라지고 건조해집니다. 이는 무력감과 권태를 만들어내며, 공허감과 우울증에 빠지게 되는 결과를 불러옵니다. 영적인 일에서도 이들은 흥분하기를 꺼려합니다. 그러므로 흥분하는 사람들을 광신자로 몰아감으로써 자신들은 흥분을 피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흥분은 어쩌면 영성의 가장 중요한 요소일 것입니다. 보다 세련된 표현으로 하면 감격이라고 할 것입니다. 우리는 주님과 날마다 감격에 휘말려 살아야 하는 것이 원칙이 아닙니까? 즉 날마다 흥분되는 삶을 사는 것이 주님이 원하는 삶일 것입니다. 그러나 지식인들은 흥분하는 것을 무척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그것을 피하려고 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원치 않는 편향이 생기게 되며, 이는 신체 감각을 스스로 억제하여 무덤덤한 삶을 살도록 우리 스스로를 얽어매는 것입니다.

할만(Robert Harman)은 『Gestalt Therapy with groups, couples, sexually dysfuntional men and dreams』에서 편향을 보이는 사람에게 어떤 자극이나 외부로부터 오는 돌발적이라고 생각되는 흥분을 일으키는 자극에 노출시켜 그것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합니다. 이들은 흥분하기를 두려워하므로 그런 외적 자극에 심한 거부감을 보이기 때문에 편향이 심한 지식인들에게는 흥분 에너지와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지적인 개념을 사용해서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사소한 것으로 보이게끔 묘사하거나 흥분하는 것을 피하려고 간접화법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영적 능력이 나타나는 집회에 참석시켜 손을 들고 찬양하며 크게 행동하게 하여 흥분을 경험하게 해주어야 합니다.

상대방의 눈을 피하고 말을 얼버무리는 태도를 지적하고 대화하는 상대방의 눈을 바로 보도록 촉구하며, 핵심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부닥쳐서 오늘 자신에게 일어나는 흥분을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론적으로 적당히 얼버무리면서 영적 현상에 대해서 막연하게 두려워하는 사람에게 성령의 기름부음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두려움을 극복하고 편향하는 태도를 시정하게 될 것입니다.

 

출처: 영성이야기 (갓피플카페:healinghouse), 장봉운 목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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