丹心 정소월

[스크랩] 사랑 (09,2,27) / 丹心 정소월

초록 등불 2012. 4. 13. 06:04

 

 

 

사 랑


            丹心 / 정소월


가슴과 가슴을 마주하고

얼굴과 얼굴도 마주하고

숨결을 서로 나누면,

나인 듯 이 편안함

태곳적 고향을 찾은 이 푸르른 쉼,

살품에 고인 살빛 정이어라!

시간은 영원이 되고 전설이 된다.


들리는 건 먼 시간 속 고향의 북소리

그리고 바람소리,

나도 사라지고 너도 사라져

영원한 기쁨슬픔, 유형무형, 존재비존재

슬픔의 극을 채운 행복서린 아릿한 마음이랄까!

신비로운 생명이랄까!


시간의 흐름도, 생멸도 없는

들릴 듯 말 듯, 규칙도 음계도 없는 음악,

아니 그냥 음의 조각들이 자유로이 흐르는

슬픈 환희의 나라.

그 곳, 본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

원래의 자리를 찾아 별이 된 생명.


나는 나이고 너는 너이나

나는 너이고 너는 나이나,

나도 내가 아니고 너도 네가 아니고

존재의 강물에 빠져 흔적 없이 흩어지고서야

비로소 찾는 또 다른 정체.


지식이나 사색이 아닌

온 우주에 울려 퍼질 공명으로

가슴 가득한 느낌, 아픈 환희, 아니 생명

세상이 있기 전부터

세상이 있게 한 존재비존재, 참존재, 사랑!

모든 것들의 원천인 사랑,

그 아름답고 신비로운 연초록 빛!

그 속에서 죽음도 생도 아닌 영원을 맛본다.


네 숨소리를 들려줘!

네가 살아야 내가 살고

내가 살아야 네가 산다.

 

 

- 2009, 2, 27일 작(作), 

엊그제 쓴 듯 한데, 그토록 오래 전인가..

세월이란..

 

 

 

 

출처 : 수정빛 생명수와 불 비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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