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산책길
丹心 정소월
이른 저녁 산책길
격식의 옷을 벗고 편안히 벤치에 누워
하늘을 본다
도심속에서 시골정취를 느끼게 해 주는
언덕배기에 고즈넉히 자리잡은 벤치
가장 즐겨 찾는 자리
곁 청솔의 푸른 가지 위로
잿푸른 하늘이 고요하고 평화롭다
차분함을 안겨주는 옅은 어둠과
생명을 느끼게 하는 푸른 색채의 묘한 조화
그 하늘 아래서 청솔은
하루의 고단함을 내려놓고
조용히 쉼을 누리고 있다
그 아래 벤치에서
나도 하늘의 품에 안겨 쉼을 누린다
몸은 곤하여 벤치에 누워있지만
영은 저 하늘의 기쁨을 누린다
주 안에서 안식과 생명을 누린다
주님 안에 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