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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의 글] 가 족

초록 등불 2014. 5. 22. 17:13

   [영성의 글] 가 족

 

아들의 첫 번째 군 면회 길은 제게 몹시 힘들었습니다. 아마도 지난 몇 년간 가장 멀리 나간 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오가는 길의 대부분을 전철을 이용하다보니 수 시간을 서 있어야 했고, 군부대에서 나와서 앉아 쉴만한 장소 등도 찾아 상당히 걸어야 했기에 제법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아들을 군대에 보내고 나서 천륜의 정이 무엇인지 삶과 가슴으로 조금 느껴갑니다. 평소에야 늘 곁에 있고 그렇게 어려운 일 가운데 있지 않았으며 또 도우려면 언제든지 도울 수 있으니 잘 몰랐는데, 군대에 보내고 나니 처음 시간이라 그런지 천륜의 정으로 마음속에 아들의 안위가 늘 떠오르더군요.


건강과 체력 등의 이유로 평소 먼 거리 나들이는 거의 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아들을 생각하니 군 면회를 가지 않을 수 없더군요. 다녀와서는 몸살앓이도 하고 발에 물집도 생겼었지만, 가지 않았으면 마음에 상처가 남았겠지요.


하지만 두 번째 면회 길은 다소 가벼웠습니다. 전철이 아닌 시외버스를 이용하니 앉아오갈 수 있었고, 1박 2일의 면회라 밤에 쉬고 다음 날에 오게 되니 조금은 덜 힘들었습니다.


1박 2일의 면회라 근처에 맨션을 예약하였는데 값이 조금 싸다 싶더니 아니나 다를까 그다지 좋은 장소와 좋은 시설의 맨션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시골 동리 같은 마을에 가장 간단하게 조립하여 지은 듯한 건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골이라 그런지 주인장과 마을 사람들의 인심은 후하였습니다. 감사하였지요.


그렇게 그곳에 짐과 마음을 풀고 함께 식사도 하고 아들은 조금 쉬라 하고 아내와 함께 산책을 조금 하였습니다. 시골이지만 정말 산촌이더군요. 오랜만에 고향 같은 산과 물이 어우러진 곳을 걸으니 좋았습니다.


깊은 산촌이라 사람도 집도 거의 없는데 길은 한없이 산 속으로 나 있고 어쩌다 사람들을 만나면 인사를 나누곤 하였는데, 외지고 동떨어진 이런 곳에서는 어떻게 살아갈까 싶기도 하였습니다. 가령 슈퍼마켓 같은 곳에 들르고 싶어도 수 킬로미터를 나가야 되는 동리였으니까요.


그렇게 걷기도 하고 쉬기도 하는 동안에 날은 저물어 저녁이 되었습니다. 저녁이 되자 색색으로 변하는 네온사인을 밝혀주었는데 그 불빛은 참 아름다웠습니다.


늦은 저녁 시간에 잠자리에 들었는데 아내와 아들은 아래층에서 자고 위층에서 혼자 잠을 잤습니다. 평소에도 밤에 자지 않는 습성에 예민하여 곁에 누가 있으면 잠을 잘 이루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였지요.


저와는 달리 아내와 아들은 잠을 참 빨리 그리고 쉽게 드는 편입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아직 정신이 말똥한데 아래층에서는 잠이든 곤한 소리가 들려오더군요.


밤은 깊어가고 집을 멀리 떠나 그다지 좋지도 않은 시설이지만 가족이 함께 누워있으니 가슴으로 이런저런 생각들이 지나가더군요. 그 중의 하나가 가족이 무엇인지였습니다.


저에 비하면 무척이나 건장하고 건강한 아들이지만 그래도 고된 훈련소를 벗어나 부모의 품이라고 곁에서 편안히 잠든 모습, 건강하고 품성은 강한 편이나 재능이 부족하여 그래도 제가 아니면 생을 영위해 가기 쉽지 않은 아내, 그 두 사람의 곤히 잠든 숨결 소리가 가슴으로 들려왔습니다.


비록 많이 건강하지 못하고 연약한 저이지만 어쩌면 제 품 안에서 쉬는 두 사람이 보였습니다. 그 느낌을 시가로 적어 보았지요. 제목은 ‘가족’이었습니다.


먼 타향 / 깊어가는 밤 / 잠든 가족의 / 조용한 숨소리

아버지라는 / 그 아픈 침묵의 무게와 / 더불어로 인한 / 고요한 평화

가족이란 / 집이 아닌 / 함께 모인 곳이로다

먼 타향에서 / 가족을 느껴본다 / 내 집을 느껴 본다


신앙상담을 하다보면 가정의 문제를 겪는 많은 사람들을 만납니다. 사적인 일이라 세세히 말씀 못 드리지만 저도 서로 맞지 않아 몹시도 힘든 시간도 많이 보냈습니다. 살펴보면 부부간의 갈등은 대부분의 가정 누구나 겪는 일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주님의 다루심 안에서 혼적인 생각의 거품들이 거두어지고 영의 맑은 물이 가슴에 고요히 고이니, 가정과 가족이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달아집니다. 가정과 가족이란 실존적으로 고독한 우리 사람들에게 마지막 쉼터요, 요람입니다.


그 요람이 깨어지면 가족 모두는 다시는 회복되지 않는 깨어진 마음의 상처를 안게 됩니다. 하나님이 이 땅에서 유일하게 주신 진정한 마음의 쉼터요, 행복의 터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의 생을 살펴보면 부부의 갈등과 가정의 어려움을 대부분 많이 겪는 것이 한편 우리의 현실인 것도 같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부부의 여정과 신앙의 여정의 흡사한 면입니다. 출애굽의 기쁨, 광야의 고난, 가나안의 평화의 시간표가 부부의 여정에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 광야의 고난과도 같은 시기를 잘 극복하지 못하면 가정의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 어려움을 잘 극복하면 가나안의 고요한 평화가 가정에 깃들고, 참되고 성숙한 쉼터요, 행복의 요람이 됩니다. 그러므로 어려움들 잘 극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가정의 어려움을 겪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서로 잘 만나야 합니다. 결혼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러한 것을 자녀들에게 잘 가르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것을 부모와 사회는 가르치고 젊은이는 스스로 배워야 합니다.


서로가 정녕 사랑해야 하고 또 생각이나 가치관이나 여타의 수준이 비슷해야 합니다. 예쁘다거나 멋있다거나 등의 외적인 단순한 요소에 이끌려 결혼을 하게 되면 반드시 어려움을 겪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가정의 어려움을 겪지 않으려면 결혼에 대한 그 무게와 깊은 이해를 가르치고 배워야 합니다.


그리고 이미 결혼한 부부라면 서로를 인정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오래 함께 살아도 타고난 천성이 다르고 기질이 다르고 체질이 다르고 배움과 깨달음의 수준이 다르니 자신과는 같아질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상대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받아들이면서 그 속에서 조율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가정의 평화를 이루는 한 지혜인 것 같습니다.


우리의 인생사가 다사다난 하니 가정의 어려움을 겪는 분들의 이유도 많을 것입니다. 영적인 전쟁도 있겠지요. 사단은 교회와 더불어 우리의 가정을 깨뜨리는데 혈안이니까요.


이런 경우 문제 먼저는 자신을 살피며, 마냥 원망하고 힘겨워하지 말고 기도하며 생각하고 배우고 상담하며 문제 해결을 위하여 구하고 찾고 두드려야 합니다. 많이 힘들기도 하겠지만 그렇게 광야의 여정을 잘 극복하고 나면 가나안의 평안이 찾아오고 가정은 참된 쉼터와 하나님이 세상에 주신 유일한 행복의 요람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군 면회 나들이에서 문득 깨달은 것은 가정이란 집이 아닌 가족 공동체라는 것이었습니다. 빈들이라도 부모와 자녀가 함께 있으면 그곳이 집이요, 가정입니다. 그러므로 그것이 깨어지면 마음의 쉼터요, 행복한 요람은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입니다. 부모뿐만 아니라 자녀들의 삶에도 그 터전은 사라지는 것입니다.


오늘은 가정과 가족에 대한 글을 적어 보았습니다. 주 안에서 모두 행복한 가정 이루세요. 샬롬



엡5:31 이러므로 사람이 부모를 떠나 그 아내와 합하여 그 둘이 한 육체가 될지니

엡5:32 이 비밀이 크도다 내가 그리스도와 교회에 대하여 말하노라

엡5:33 그러나 너희도 각각 자기의 아내 사랑하기를 자기같이 하고 아내도 그 남편을 경외하라

  

 

출처: cafe.daum.net/riverofwater, 초록 등불 목사(기독교 대한 감리회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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